Art Market Barometer : 미술시장 풍향계 성장과 우려의 공존, 그리고 뉴욕

MAGAZINE9 2023. 6

Art-Market 임예성

어느덧 6월, 따듯한 봄 기운과 함께 찾아온 5월도 지나고 벌써 한 해의 중반을 넘어섰다. 연초 새해 달력을 넘기며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빨간 숫자(공휴일)의 개수를 찾는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름없이 아트 컬렉터들과 관계자들 또한 한해 아트페어와 주요 경매 등의 일정을 확인한다. 미술계의 5월이 바로 그 오아시스였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뉴욕의 5월은 메이저 경매와 아트페어의 향연으로 가득했다. 아트 컬렉터들의 달력은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봄 시즌 메이저 경매와 더불어 뉴욕 아트위크로 가득 차 설레임과 봄내음으로 꽃피웠다. 더불어 지난 4월 아트바젤과 UBS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미술계는 한 해의 중반을 점검하고 본격적인 하반기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도2023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미술 시장의 트랜드와 현주소를 다각적으로 들여다보자.  

글로벌 미술시장 트랜드

#지속적인성장세 #장밋빛미국시장 #여전히씨름중인부분소유권  #온라인거래신뢰도상승 #어려운경제상황우려여전 

지난 4월 발표된 <아트바젤·UBS 2023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미술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술품 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678억 달러(약 89조 1000억원)로 추산되며, 2021년 31%의 강력한 판매 회복세 이후 2년째 성장세를 타고 2019년 팬데믹 이전 보다도 6%나 상승했다. (2019년 640억 달러, 약 84조 1000억원) 프리즈 서울 이후 국내 미술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모습과는 급이 다르다. 특히 미국시장이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으며, 시장 점유율 45%와 매출 302억 달러(약 39조 9천억원)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영국(18%)과 중국(17%)이 각 2위, 3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각각 2%, 스페인, 일본과 한국은 전체 시장의 1%를 차지한다. 서울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가 실현되기 전 체급 차이부터 극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Global art market share by value in 2022, © Art Basel & UBS Art market report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글로벌 공급망 차질 현상, 인플레이션, 흔들리는 암호 화폐 시장 등 불안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2년 글로벌 미술 시장은 성장했다.”  - 아트바젤 CEO, 노아 호로위츠(Noah Horowitz)

온라인 예술 시장은 전체 미술시장의 15.9%를 차지하였으며, 꽉 찬 대면 행사 일정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증가한 약 110억 달러 (2021년 102억 달러)지만 다소 둔화된 성장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2019년 팬데믹 이전 보다 증가한 수치이다. 히스콕스(Hiscox)의 <2023 온라인 미술품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자와 판매자가 친숙해지고 결국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하였으며 이제는 갤러리와 경매사 모두 온라인 마케팅과 판매가 그들의 생태계 일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히스콕스의 해당 보고서는 2013년 최초 발표된 이후 10년째를 맞이한다. 그만큼 동시대 온라인 미술시장의 동향과 흐름을 꾸준히 관찰해온 신뢰도 있는 정보라는 말이다. 

Online art sales 2013-2022, © Hiscox online art trade report 2023

부분 소유권에 대한 미술시장의 입지는 여전히 씨름 중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컬렉터의 9%만 지난 12개월동안 부분 소유권에 투자했지만 61%가 향후 12개월 동안 조각 투자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밝혔다. 가상자산 침체기에 전통 미술품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NFT(대체불가토큰)는 그래도 전반적으로 디지털 아트 인기 상승에 큰 기여를 했으며, 전체 거래비중은 고작 1%였던 전년대비 상승한 5%를 차지하였다.

 

봄 시즌 경매 주간 리뷰

#피해갈수없는경기침체 #우량주고갈위기 #겸손한경매기록 #폴앨런컬렉션후유증 #취향의 변화 #영아티스트파워 #여성아티스트=매출?

메이저 경매사들인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필립스(Phillips)는 매년 봄(5월)과 가을(11월)에 메인 경매를 개최한다. 그 중 한 해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봄 시즌 경매주간은 언제나 심장이 쫄깃할 정도의 컬렉션으로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곤 한다. 긴 겨울을 지나 마침내 살랑이는 봄바람에 꽃들이 싹을 틔우는 것과 같이 아트신도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이번 뉴욕에서 판매된 경매 주간의 판매율은 총 20억 달러(약 2조 6천억원)에 육박하며 견고한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걸작의 부재로 판매 정점을 찍은 작년과는 다소 엇갈린 결과를 보여주었다. 드디어 조정기에 접어들어 숨 고르기에 직면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많은 작품이 예상가보다 낮게 또는 평균치에 판매되었는데, 불안정한 금융 시장과 혹독한 금리상승에 컬렉터들 또한 유동성이 떨어지고 경매에 소심해진 분위기다. 그렇다고 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앙리 루소, 바스키아, 세실리 브라운 등의 화제작도 탄생했다.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가인 시몬 리(Simon Leigh)의 조각 작품도 271만달러(약 36억원)에 낙찰되며 주목 받기도 했다. 지난 가을 크리스티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 폴 앨런(Paul G. Allen)의 메가 컬렉션 경매에서 15억 달러를 기록하며 경매 역사상 가장 큰 판매 기록이라는 모멘텀을 세우기도 했었는데 이번 시즌은 견실하지만 꽤 겸손한 모양새다. 경매사와 시장 분석가들은 앤디워홀, 피카소,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현대 거장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 작가들의 작품은 공급이 고갈될 정도로 꽤 오랫동안 우량주였다. 블루칩 작품 공급의 희소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필립스 20세기 및 현대미술 부서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맨리(Robert Manley)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진화입니다. 항상 점점 더 많은 예술 작품이 팔고 싶지 않은 박물관과 컬렉션에 보관됩니다.”

Pablo Picasso, Femme assise près d'une fenêtre (Marie-Thérèse) (1932). Image Courtesy of Christie's  / 2021년 5월, 파블로 피카소의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Marie-Thérèse) (1932) 1억 300만 달러에 낙찰되어 2년 만에 상징적인 1억 달러의 문턱을 넘었다. 

 

Andy Warhol, Shot Sage Blue Marilyn(1964), Image Courtesy of Christie’s / 2022년 5월, 토마스 암만 컬렉션(Thomas Ammann Collection)의 경매에서 메가 딜러 래리 가고시안이  1억 9,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경매 결과를 기록했다.

이와는 반대로 8-90년대 젊은 작가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새로운 작가들을 중심으로 발전하며 취향의 변화가 경매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매주간이다. 크리스티 21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판매된 26개 작품 중 1/3이상이 8-90년대 작가의 작품이었으며 필립스 20세기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는 80% 이상이 경매에 처음 등장하는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러한 작가들은 여성과 유색인종이며 백인 남성이 지배적이었던 경매시장 역사에서 다양성을 가져왔으며 컬렉터의 새로운 수요와 시장 동향에 확실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대망의 뉴욕 아트위크

#매드메이(MadMay)뉴욕 #뉴욕아트위크 #긍정적인판매실적 #신진작가발굴의성지NADA #핵심은커뮤니티

유명한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hta)는 “뉴욕으로 가는 것은 세상의 중심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글로벌 미술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뉴욕에서는 프리즈 뉴욕(Frieze New York; 5/17-21), 나다(NADA, New Art Dealers of America; 5/18-21), 테파프 뉴욕(TEFAF; 5/12-16)을 필두로 인디펜던트 아트페어(Independent art fair; 5/11-14), 현대 아프리카 예술 페어(Contemporary African Art Fair; 5/18-21) 등 맨하탄 곳곳에서 위성 페어와 전시회가 개최되며 미술 시장에서도 따듯한 봄의 열기를 대변했다. 이번 프리즈 뉴욕은 단독 부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였으며 오픈 당일 초대형 딜러가 7자리 수의 작품 판매를 공개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최고 매출을 기록한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Pace)는 브루클린 기반 작가 로버트 나바(Robert Nava)의 단독 부스를 매진시켰으며 최고 8만 달러(약 1억원)에 판매했다. 하우저앤워스(Hauser&Wirth)는 사후 5년이 지난 잭 휘튼(Jack Whitten)의 작품 4점을 16만 달러(약2억 1천만원)에서 95만 달러(약 12억 6천만원)에,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수잔 프레콘(Suzan Frecon)의 작품을 최고 50만달러(약 6억 6천만원)에 판매하며 뉴욕 시장의 꾸준한 구매력을 보여주었다. 신진작가 발굴의 성지로 불리는 나다 아트페어는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였는데 조직의 이사 헤더 허브(Heather Hubbs)는 “새로운 갤러리와 작가들에게 뉴욕 미술계의 가장 바쁜 주간에 그들만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큰 기쁨”이라며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새로움, 그리고 실험성을 반영고자 한다고 사명을 표했다.

Robert Nava, Whispers of Insides(2023), acrylic, crayon, and grease pencil on paper,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Pace Gallery

Jack Whitten, Untitled(1976). Acrylic on canvas, Image Courtesy of John Berens © Jack Whitten Estate. Courtesy the Estate and Hauser & Wirth.

분명한 점은 미술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었다는 것이다. 우울한 세계 경제와 가혹하게 상승하는 금리가 맞물리기 시작하면서 향후 시장 상황이 변동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지만 사실 지난 몇 년간 미술시장이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는 그 광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제대로 앞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가는 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