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ng Editions Part 2 : 판화수집 실전편
MAGAZINE9 2023. 4
Art-Market 임예성
지난 호에서 에디션이란 무엇이며 미술사에서 판화는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함께 살펴 보았다. 이번 호는 에디션 컬렉팅 두 번째 파트로, 한 번도 에디션 작품을 구매해본 적 없어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는 초보 컬렉터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도대체 어디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작가나 작품이 투자 가치가 있을지 등 에디션 컬렉팅의 모든 과정을 함께 살펴보자. 에디션 판화 작품 수집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도 원하는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은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작품의 구매와 보존에 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한번 에디션 작품 수집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면 작가의 팬이 되어 가슴 속 깊이 언젠간 원화를 구매하고 말겠다는 소망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시리즈의 다른 색을 모두 소장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히게 되기도 한다. 원화 시장보다 더욱 트랜드에 민감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에디션 작품 시장의 특징이다.
Ugo Rondinone, Sun 2, 2019, Edition of 30 (Image Credit Art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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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션 작품 구매는 어디서?
에디션 판화 작품은 어디서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구매 경로는 원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관, 갤러리, 경매 등 기존에 미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내가 원하는 작가의 작품 (구체적으로 원하는 시리즈를 알고 있다면 더 좋다!)을 가지고 있는지, 작가의 해당 시리즈가 에디션 작품으로서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구매하기 전 작가의 경력과 작품의 특징을 파악하고, 작품의 상태와 발행된 수량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에디션 작품도 매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종이 작품의 경우 보관 상태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작품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주는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해외 주요 경매회사들은 메이저 경매 주간이 끝난 후 에디션 경매를 진행한다. 이미 작품성이 보장된 작가들의 판화를 소장하고 싶다면 단연 소더비 에디션 경매다. 600년에 걸친 미술사 속 거장들의 서명이 담긴 판화를 볼 수 있다. 런던과 뉴욕에서 1년에 2번 경매가 이루어지며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헨리 마티스(Henri Matisse), 호안 미로(Joan Miró), 앤디워홀(Andy Warhol), 로이 리이텐슈타인(Roy Lichtenstein)과 같은 마스터급 작품을 구할 수 있다. 올드 마스터(Old Master) 프린트의 경우 소더비 런던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티, 필립스, 본햄스, 헤리티지 옥션 또한 가격 면에서 온라인 구매 접근성이 좋은 에디션 시장의 중요성을 파악하며 에디션 경매의 횟수를 증가시키거나 에디션 컬렉션을 별도로 기획하며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에디션의 경우 제작 수량이 이미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의 가치를 보다 쉽게 예측해볼 수 있어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작품 수집을 우선시하는 컬렉터에게는 가장 좋은 경로가 될 것이다.
그 밖의 온라인 플랫폼으로는 아트넷(Artnet), 아트시(Artsy), 사치아트(Saatchiart) 및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스페이스(Artspace)가 있으니 참고해보자. 한정판 운동화나 피규어와 같은 에디션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탁엑스(StockX)에서는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2021년 2500달러로 최초 출시된 500개 한정 (2021)가 7500달러에 올라와 있다. 취향이 확고한 밀레니얼 컬렉터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는 사이트이니 이 또한 기억해두자.
에디션 작품의 가치를 보는 방법
에디션 작품의 가치는 원화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작업방식과 크기, 그리고 작가의 명성에 의해 결정된다. 에디션 작품 제작에 있어 깨지기 쉬운 판화 공정으로 간주되는 드라이포인트(drypoint)나 아쿠아틴트(aquatint) 기법은 비교적 작은 판으로 제작되어 작품의 크기가 작은 반면 스크린 인쇄, 석판 인쇄 방식은 큰 사이즈의 작품을 구할 수 있다. 작품 제작 기간이 더 오래 걸리는 노동 집약적이거나 혁신적인 재료와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등의 경우에도 유니크피스 작품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높아진다. 매우 큰 작품은 제작하기가 특히 어렵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과 마스터 판화 제작자의 손이 필요하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와 협업한 인쇄소의 자긍심과 유명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마치 어느 귀족 집안 출신이라고 하면 모두 수긍하는 것처럼 에디션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잘 알려진 인쇄소로 페이스 프린트(Pace Prints), 지미니 GEL (Gemini GEL), 에디션 코펜하겐(Edition Copenhagen), 유니버셜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Universal Limited Art Editions)등이 있다. 이들의 손에서 탄생된 에디션 작품들은 장인 정신 투철한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며 꽤 오랜 헤리티지를 보유하고 있다.
Louise Bourgeois, Spider Woman, 2004, Edition of 5 + 2AP (Image Credit Artsy)
유명한 작가의 경우 유명한 작업 시리즈가 있기 마련이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를 예로 들어보자.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한 점을 꼽으라면 단연 거대한 거미 조각작품인 (1999)일 것이다.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빌바오, 리움 미술관 등에 영구 컬렉션으로 전시되어있는 청동 거미 조각을 만든 루이스 부르주아는 전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잘 팔리는 현대 작가 중 한 명이다. 2015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거미 조각상이 약 2800만 달러(약 318억원)에 낙찰되었는데, 여성 조각가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의 에디션 판화 작업들은 조각 작업과 유사한 모티브와 형식을 사용하며, 조각 작업에서 다루는 주제와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작가의 예술적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하다. 작년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작가의 (1996) 청동 조각작품은 4천만 달러(약 518억)에 판매되기도 하였다. 즉, 미술사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작가 브랜드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에디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최고의 선택인 것이다. 실제로 총 5점 밖에 제작되지 않은34.3 × 33.7 cm 크기의 (2004) 에디션 작품은 아트시에 5만 달러(약6400만원)에 올라와 있다. 작가의 90점 한정 수량 에칭 판화 (1995)는 96000달러(약 1억 2천만원)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웬만한 신진 작가의 오리지날 작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이처럼 에디션 작품의 가격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요소가 많으니 이를 잘 파악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에디션 작품시장도 작가의 페인팅, 혹은 유니크피스 작품 시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필립스 경매 유럽대표 로버트 켄난(Robert Kennan)의 말이다. 에디션 작품이 매진되면 2차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고 신흥 아티스트의 경우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정 작가의 전체 작품을 아우르는 만능 컬렉션을 만들어 줄 터이니, 작가의 유니크피스와 함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증가하며 작품 컬렉션에 미술사적 깊이를 더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까.
에디션 작품 또한 관리가 생명!
에디션 판화 작품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이며, 그에 따라 관리와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작품의 보존을 위해서는 보관 장소를 선택할 때 빛과 습기, 진동, 열기 등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품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보존 상태를 점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작품의 훼손이나 오염을 막기 위해 꾸준한 관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종이에 제작된 판화의 경우 색바램이나 주름 등의 손상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작품의 특성에 맞추어 액자를 제작하여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에디션 시장은 떠오르는 작가들이 충성 팬층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크페이스(Jerkface)는 예술계에서 떠오르는 별이지만 그의 한정판 작품들은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에디션에 대한 희소성과 수요는 작가의 작품을 더욱 바람직하게 만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어떻게 증가할지 즐거운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매드독스 갤러리(Maddox Gallery) CEO 존 루소(John Russo)
Jerkface, Strong to the Finish (Black Variant), 2019, 2021년 소더비 홍콩 경매 HKD 27,720 판매
주목해야 하는 작가는?
미술사에서 판화는 15세기 기본 조각 기술의 출현에서 21세기 디지털 인쇄에 이르기까지 기술 변화와 재창조를 보여주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점 소장하고 싶은 피카소부터 동시대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까지 뛰어난 작가들은 충분히 많다. 그 중 현재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치 및 작가 브랜드 인지도 성숙도 상위 작가들로는 –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에드 루샤(Ed Ruscha), 타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알렉스 카츠(Alex Katz),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헬렌 프랑켄텔러(Helen Frankenthaler) – 와 젊은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작가 –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조나스 우드(Jonas Wood),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저크페이스(Jerkface), 인베이더(Invader) – 가 있으니 자신의 컬렉션과 취향에 맞춰 무엇보다도 즐거운 작품 수집을 할 수 있기 바란다.
Alex Katz, Cow(Large;cutout edition)(S.437), 2006, edition of 25 (Image Credit Phillip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