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rt basel : 치열한 아트바젤에서 살아남기, 진정한 컬렉팅의 자세
MAGAZINE9 2022. 7
Art-Market 임예성
어느덧 2022년도 6월을 지나 상반기 마무리에 접어 들었다. 코로나19로 숨고르기 과정을 거치고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어 긍정적인 국면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지난 5월 기준 경제고통지수*가 21년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고 한다. (*경제고통지수: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 한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지표) 한때 7만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도 추풍낙엽의 급락세를 이어가다 1만9천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대참사를 맞이하였다. 뿐 만 아니라, 미국 3대 지수로 불리는 다우, S&P 500, 나스닥 지수 또한 모두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해 끙끙 앓고 있다. 이렇게 바닥을 모르고 이어가는 하락세와는 반대로, 끝을 모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 상승은 부자와 서민 모두의 지갑을 꽁꽁 닫게 만들었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 1년 동안 8.6%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왜 경제고통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는지 이해가 된다. 이렇게 꽁꽁 얼어붙은 시장 속 패닉셀링(Panic Selling)이 이어지는 판국에 나홀로 우아하고 여유롭게 존재감을 과시했던 6월의 이벤트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 바젤(Art Basel Basel) 에디션이다. 아트바젤에서는 차갑게 얼어붙은 세계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활짝 열린 지갑이 미술계의 활황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호에서는 매혹적인 바젤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소신을 가지고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자.
Art Basel Messeplatz view, Lawrence Weiner, OUT OF SIGHT (Courtesy Art Basel.jpg)
이번 아트바젤은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메세 바젤(Messe Basel)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21년 에디션은 많은 뉴욕 딜러와 큰손 컬렉터들의 부재로 “더 이상 아트 바젤이 주요 미술시장의 온도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1972년부터 페어에 쭉 참가 중인 리손 갤러리(Lisson Gallery)의 알렉스 록스데일(Alex Logsdail)이 회의론적인 입장을 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40개국 289개의 참여 갤러리는 흥미진진한 라인업으로 돌아왔으며 판매 작품 또한 박물관급 수준으로 현대미술의 바로미터라는 바젤의 명성을 되찾았다. VIP 프리뷰는 구겐하임 미술관 디렉터 리처드 암스트롱(Richard Armstrong), 베니스 비엔날레의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 이탈리아 큰손 컬렉터 패트리지아 샌드레토 레 레바우덴고(Patrizia Sandretto Re Rebaudengo), 스위스 컬렉터 울리 시그(Uli Sigg) 등 쟁쟁한 참가자들로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과시했다.
Installation view, Hauser & Wirth at Art Basel 2022, featuring Louise Bourgeois, Spider (1996) (© The artists estates. Courtesy the artists estates and Hauser & Wirth. Photo Jon Etter.jpg)
세계 경제가 아무리 휘청거린다 하여도 아트바젤은 천하무적이었다. 개장 6시간만에 3만에서 25만달러(약 4,000만원 ~ 3억원)에 달하는 작품이 판매되는 등 활활 타오르는 거래 열기 속 경기 침체 징후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하우저앤워스(Hauser&Wirth) 갤러리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대형 설치 조각작품 (1996)을 4천만 달러(약 518억원)에 판매에 성공하며 메가 갤러리로서의 입지를 과시하기도 하며 이는 부르주아의 작품 판매가 최고가 경신이기도 하다. 부르주아의 해당 작품은 고가의 쟁쟁한 작품을 자랑하는 메가 갤러리의 출품작 중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로 꼽히며, 크리스티나 소더비와 같은 세계 톱 경매회사에서 거래되는 수준의 박물관급 작품이다. 갤러리 측에서는 개인 컬렉터가 구매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러한 수준의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는 누구일까. 사실 이정도 작품이라면 박물관에서 소장품 컬렉션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구매하거나 이미 컬렉터 개인이 자신만의 미술관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컬렉터들도 단순히 페어에서 작품만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만의 확고한 컬렉팅 원칙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The Rubell Family Collection in Wynwoo (Photo Courtesy The Rubell Family Collection.jpg)
확고한 컬렉팅 원칙과 소신으로1960년대부터작품 수집을 해온 루벨 가족(Rubell Family Collection)은 53,000제곱피트의 미술관을 소유하고 48개의 순회 전시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바젤에서도 메라 루벨(Mera Rubell)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메라는 “컬렉션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비전이에요. 노력하지 않으면 컬렉터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없어요. 평생에 걸쳐 이루어내는 거에요. 작품을 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 투자하고 함께 하겠다는 의미인거죠.” 라며 작품수집의 명확한 철학을 가진 컬렉터이다. 루벨 컬렉션(Rubell Collection)은 초기부터 신진 작가들 위주로 컬렉팅하는데 중점을 두었는데 장 미셀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키스해링 (Keith Haring),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라시드 존슨(Rashid Johnson)등 막강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당시에는 신진작가였다면 이들은 모두 지금 거물급 아티스트로 모르는 이가 없다. 아트 페어에서 같은 작품을 이러한 컬렉터와 일반 컬렉터가 동시에 구매하고자 한다면 과연 갤러리는 누구에게 판매할까? 야속하게도 갤러리는 뮤지엄을 소유한 컬렉터를 선택할 것이다. 미술시장은 타 시장과 달리 작가의 작품을 소유한 사람들에 의해서 작가의 인지도가 향상되기도 하고 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작품의 주인이 되는 것도 자금이 있다고 하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치열한 시장이다.
Wolfgang Tillmans, Galerie Buchholz, David Zwirner (Courtesy Art Basel.jpg)
이번 페어에서는 컬렉터들의 신진 작가의 작품에 대한 열렬한 굶주림을 반영한 듯 블루칩 갤러리들은 참가 작가와 작품이 보다 젊고 재능 있는 작가가 추가 된 라인업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티나킴 갤러리는 소수의 작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딜러가 젊은 작가에게 개인전을 꾸며주는 공간인 스테이트먼트(Statements)에서 이미래 작가의 작품(7만 달러; 약 9천만 원)을 선보였는데, 이미래 작가는 현재 진행 중인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초대작가 중 하나이다. 작품 수집을 함에 있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감각 의존형 컬렉터와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탐색하는 계획형 컬렉터이다.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중요시하는 컬렉터들에게는 작품성이 최우선이 되는 비엔날레에 초대받은 작가라니, 당연히 구매해야 하는 작품일 것이다. 그와 더불어, 가장 콧대 높고 까다로운 컬렉터가 있다면 바로 실제 미술관에서 소장품으로 구입하는 경우이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는규모가 큰 작품을 전시하는 별도의 특별공간 언리미티드(Unlimited)에서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1997) 작품을 노르웨이의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Astrup Fearnley Museet)에 100만 달러(약 12억 8천만원)에 판매하였다.
- 아트바젤에서 팔기 어려운 작품은 별로 없다. 오히려 사기 어려운 작품이 있을 뿐.
이렇게 전 세계 정상급 판매자와 구매자로 가득한 바젤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바젤 구경이 아닌 본인이 컬렉터로서 어떤 컬렉션을 구축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작품 소장 기준을 세우고 각자 수집가로서 스스로의 성향과 기호, 그리고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바젤에 두툼한 지갑만을 가지고 갔다간 낭패를 보고 올 수도 있으니. 리손 갤러리의 록스데일은 “컬렉션은 단순히 개별적인 작품을 모아놓은 것과 다릅니다. 무언가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 할 수 있죠.” 라 하였다. 컬렉터로서 얼마나 그 자체로 독특한 추진력을 가진 컬렉션을 보유할 것인지는 컬렉팅을 대하는 자세에 달렸다. 현대미술의 바로미터인 이번 바젤 페어를 들여다보며 나는 과연 어떠한 컬렉터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