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40 : 젊은 예술가들의 반란

MAGAZINE9 2022. 10

Art-Market 임예성

미술품 전문 경매 분석회사 아트프라이스(Artprice)에 따르면, 지난 2년 (2020년 초부터 2022년 7월까지) 상위 100개 경매 낙찰 기록 중 절반 이상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었으며, 지난해 40세 미만 작가들의 경매총액은 2020년대비 177% 증가했다고 한다. 장년 세대가 선호하는 작가, 작품과 다른 새롭고 다양한 작품들이 메이저 경매에 등장하며 큰 지각변동을 맞이하는 중이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경매회사는 현대미술 시장에서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최고로 증폭시키는 꽤나 드라마틱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경매 출품부터 시작해서 낙찰가격과 컬렉터의 유명세까지 풀코스로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억 소리 나는 금액에 판매되는 작품은 마치 왕실에 입성하여 작위를 수여 받은 듯 성공한 로열 클럽 출신계보를 만들어낸다. 1990대 말, 단 한 명의 젊은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만이 경매에서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문턱을 넘어섰었다. 바스키아는 당시 이미 신화였고 그 시대와 미술사에 대한 절대적인 언급이었다. 물론 이후에도 경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젊은 작가들이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단기간에 낙찰가격 상승 임계 값이 빠르게 도달하는 현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십 년 전만 해도 그러한 가격 수준은 그 연령대의 예술가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전 선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단숨에 팔려 아티스트 기록 경신을 외치고 있는 40세 미만 영파워 클럽. 이번 호에서는 미술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주목해야 할 젊은 작가 3인 -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매튜웡(Matthew Wong) - 을 소개한다.  

동시대 미술시장의 최신 황금거위, Avery singer

AverySinger, Happening, Acrylic on canvas, 2014 (ⓒ Sotheby's)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는 초 디지털 시대에 회화가 어떻게 관련성을 유지하며 존재할 수 있는지 필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술계에 바람직한 해답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흑백 그림 에어브러쉬 작업이 특징이며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회색조 인물, 장면 등의 모티프와 구성을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후 캔버스에 이미지를 투영시킨다. 3D 모델링으로 탄생한 가상의 공간은 자동차 산업에 주로 사용되는 에어브러시 기술로 캔버스 위에 다시 창조되는데, 화면 전체에 걸쳐 과도하게 표현된 명암의 깊이는 단색 그리자유(Grisaille, 회색조의 모노크롬으로 그리는 회화기법)로 더욱 딱딱하고 단조로운 그래픽 표면을 선사한다. 87년생인 작가는 올해 35세의 나이로,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하고 메가 갤러리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의 고귀한 명단에서 가장 어린 전속 아티스트이다. 그녀의 작품은 2017년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20년 세계 랭킹 2443위에서 22년 현재 103위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Happening] (2014) 작품은 525만 달러(약 66억원)에 팔려 아티스트 기록을 경신하였으며, 작년 12월 크리스티 홍콩 이브닝 세일에서 [Untitled (Tuesday)] (2017) 작품이 449만 달러(약 60억원)에 팔리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2018년 필립스 경매 이브닝 세일에 출품되었던 [Ihole] (2011) 작품은 예상가 7만 8천 달러(약 1억원)의 4배가 훨씬 넘는 31만 달러 (약 4억 2천만원)에 판매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였다기 보다 처음 2차시장에 등장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가인 셈이다. 작가의 작품은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그리고 상하이의 유즈 박물관(Yuz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90년생 블루칩 작가, Flora Yukhnovich  

Flora Yukhnovich in her London studio, February 2022 (Photo- Eva Herzog, © Flora Yukhnovich,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Flora Yukhnovich, Warm Wet N Wild, Oil on linen, 2020 (© Flora Yukhnovich,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는 1990년생의 영국 작가로 미술계의 ‘90년생 신데렐라’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런던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특징이며 동시대 현대미술계를 주름잡는 여성 화가들이 다수 소속되어있는 런던 빅토리아 미로(Vitoria Miro)의 소속 작가 중 하나이다. 유크노비치의 작품은 고전 화풍 속 여성주의적 신화를 화려한 색채와 몽환적 매력으로 다시 그려낸다. 올해 3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의 (1961) 작품이 약 7980만달러 (약 960억원)으로 작가 신기록을 갱신하며 화두에 올랐지만 사실 경매의 주인공은 유크노비치였다. 작가의 [Tu vas me faire rougir (You’re going to make me blush)] (2017) 작품은 예상치 못한 숨막히는 경합 끝에 약 190만 파운드(약 31억원)에 낙찰되며 추정가의 6배 경신 기록을 세웠다. 작가의 프랑스 로코코 시대를 이끈 장 앙투안 와토(Jean-Antoine Watteau)의 걸작을 재해석한 작품 [Warm, Wet ‘N’ Wild] (2020)은 추정가 20만 파운드를 14배나 경신한 약 280만 파운드(약 44억원)에 낙찰되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작가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블루칩 작가로 등극할 수 있던 배경에는 SNS에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21년 6월 필립스 경매에서 [Pretty little thing](2019) 작품이 추정가 8만 달러(약 1억원)의 10배 상회한 가격인 117만달러(약 15억원)에 판매되며 큰 화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작가가 처음으로 경매시장에 등장한지2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감이 마르기도 전 솔드아웃 행진의 스타 작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2021년 세계 랭킹 254위였으나 22년 상반기 기준 84위까지 가파르게 성장하며 신예 여성작가로서 향후 그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이다. 

죽음과 맞바꾼 성공, 요절한 천재작가 Matthew Wong

 

Matthew Wong, The night watcher, Oil on canvas (Credit. Matthew Wong Estate and Karma, New York)

Matthew Wong, Shangri-La, Oil on canvas, 2017 (Photo by Kevin Todora WON2017-1285-2)


사람들은 모두 천재에 열광한다.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천재일수록 더욱 깊은 관심을 받는다. 동시대 현대미술계의 요절한 천재화가로 알려진 매튜웡(Matthew Wong)이 바로 그 안타까운 주인공이다. 매튜웡은 1984년 토론토에서 태어나 미시간대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홍콩대에서 사진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순전히 독학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붓질에 에두아르 뷔야르(Édouard Vuillard)의 멜랑콜리한 분위기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매력이 있다며 큰 찬사를 받았다. 투렛 증후군(Tourette Syndrome)과 자폐증 진단을 받아 우울증에 시달리다 2019년 10월 2일 35세의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는데 작가의 사망 이후 미술 시장은 그의 작품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작품가격은 수백만 달러를 치솟았다. 별이 된 작가들의 사망 소식은 모든 이를 안타깝게 만들었지만 작품가격은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Shangri-La](2017) 작품은 2020년 10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상가 70만달러(약 9억원)를 훨씬 뛰어넘은447만 달러(약 59억원)에 낙찰되었으며, 이에 앞선 6월 소더비 경매에서는 [The Realm of Appearances] (2018) 작품이 예상가 8만달러(약 1억원)의 22배가 넘는182만 달러(약 24억원)에 낙찰되었다. 올해 5월에는 [The Night Watcher] (2018) 작품이 소더비에서 485만 달러(약 64억원)에 판매되며 경매 기록을 경신하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작가들이 2차 시장인 경매에 등장하기 전에 주요 시장에 대한 확인되고 확립 된 수요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암묵적으로 시장 내 잠재하고 있던 이러한 공식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젊은 작가들은 작품이 미술 시장에서 상당한 노출을 받기 전에 경매 시장에서 주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은 아마도 21 세기 초 세계 미술 시장의 주요 패러다임 변화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발생 이후 미술시장의 디지털화는 작가의 평판과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체는 늘 주요 기관이나 미술계 내부 인맥이었으나 그 주체가 점차 탈중앙화 되어가는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로 가득해 다소 진부했던 2차 시장에 더욱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는 수요가 유동성을 만나 시장은 전례 없던 신선함을 만끽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작가의 성장과 작품 가치의 상승을 동시에 고려하며 투자하는 진지한 컬렉터들이라면 향후 자신의 컬렉션에 어떠한 작가를 추가하면 좋을지 시장의 변화 속에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찾기를 바란다.